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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6 12:14
2003년 후배녀석과 사이판 출격 모의를 했드랬다.
당시 지친 심신을 남국의 외딴 섬에서 달래고픈 마음이 간절했고, 곧 군대를 가야할 상황이라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던 기억이난다.

지금에야 그 후배는 다음 주 제대를 눈앞에 두고 있고, 나는 병역특례 업체 근무를 마치고 다음학기 복학까지 긴 휴가 중이다.

'여명의 눈동자'를 보면 2차대전의 격전지로 사이판이 등장한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박인환과 최재성이 뱀을 잡아먹고 숨어있던 곳이 아니었나 싶다. 우거진 수풀에 푸른 바다, 전장으로 포탄의 연기가 자욱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곳.

그 기억에 나는 사이판을 찾았다. 인천에서 4시간 남짓한 비행거리, 망망 대해에 1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북마리아나 제도란다. '별' 다른 정보없이 찾았지만 별 다른 정보가 별로 필요하지 않은 곳이다.

서울의 기나긴 겨울에 지친 몸을 데우기 위해 간 곳이기 때문에 그저 해변에 누워 맥주 한병과 읽고 있던 '유럽의 교육' 한권이면 충분한 듯 했다.
결국 식사시간 전후로 바쁘게 움직이기는 했지만...

어제 본 '시티즌 독'에 나오는 타이의 시골 마을처럼 사이판은 느리게 돌아간다. 한산한 도로, 북적임이 없는 해변은 꿈꾸던 평화로움과 닮아있다.


사이판은 서쪽 해변을 따라 고급 리조트들이 늘어서 있다. 대부분 바로 해변을 바라볼 수 있도록 건축되었는데, 대개 일본인 소유다. 사이판은 미국령이지만 실질적인 투자는 일본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듯.

실제로 리조트, 거리, 해변 어디를 가더라고 영어로 말을 거는 사람은 없다. 모두 일본어로 인사를 하거나 호객행위를 한다. 관광객도 대부분 일본인이고, 가라판 시내의 술집(클럽)들도 일본남자들의 '나쁜 취향'에 맞춰 생긴 듯하다. 일본애들은 국내 관광보다 이곳이 훨씬 저렴할터이니, 그리고 면세점 이용하고픈 애들도 즐겨 찾는 듯.(한국말도 조금씩 한다.)

사이판에서는 늦잠자기가 힘든 것 같다. 일출이 빠르고 강한 탓에 알람없이도 7시 이전에 일어날 수 있었다.

9층이었던 숙소에서 바로 바다를 볼 수 있었다. (호텔방에서 바라본 바다)



도요타 에코를 렌트해서 사이판 곳곳을 다녔다. 좁아서 샅샅이 다닐 수 있었는데, 비포장 도로가 많아 동쪽 해변은 많이 놓쳤다. 떠나기 전날 서울에서 운전면허를 따고 가자마자 운전!

섬 내부에 있는 수수페 호수, 버려진 곳 같다.


무인도 마나가하섬의 해변은 사이판에서 단연 돋보인다.



물이 맑고 물고기가 많아 수경만 있으면 열대어와 놀 수 있다.
저녁에 안주로 먹었던 60c짜리 소세지 통조림을 물고기가 정말 좋아한다.


역시 일본애들이 많이 찾는 칵테일, 맥주 바인데 25c짜리 동전 6개를 넣으면 포케볼 한게임을 칠 수 있다.

길지 않은 남국의 휴가에서 돌아온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지...
차들은 왜 이렇게 경적을 울려대는지...

훗날을 기약해야하는데 벌써 몇가지 그림이 그려진다.
이번에 스쿠바 다이빙을 했는데 그닥 만족스럽지 못했다. 수심이 깊어야 참맛이 있다나... 다음 방문에는 패러세일링, 20M이상의 스쿠바 다이빙 같은 해양 스포츠에 도전해 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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