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미국 월드컵, 기대를 받고 북쪽으로 날아간 콜럼비아의 에스코바는 실수로 넣은 자살골 때문에 살해당하고 만다. 에스코바의 자살골이 콜럼비아인들에게 안긴 실망은 매우 큰 것이었고, 그는 광적인 축구팬에 의해 살해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마약 카르텔의 범죄 조직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믿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콜럼비아의 승리에 베팅을 한 범죄 조직에 의한 보복이라는 것이다.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나라는 따사로운 햇살과 카리브 연안의 푸른 바다보다는 마약과 납치로 유명하다. 치안이 불안하고 테러가 많은 나라 1순위로 항상 꼽히니 그것이 누구의 시선이든 위험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영국에 머물던 콤럼비아 유학생은 메데인에는 돈을 목적으로 하는 납치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에스코바의 자살골이라는 다큐를 보면, 콜럼비아의 축구 클럽은 상당수가 이런 범죄조직에 의해 운영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승리 골을 넣은 선수는 소감을 밝히며 감옥에 있는 보스의 안녕을 기원하기도 한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유난히 많다. 그리고 고된 훈련을 감내하고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스포츠 스타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트레드밀에서 30분 달리고서 뻗어버리는 나를 돌이켜 볼 때 그들의 노력은 가히 초인적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스포츠 선수는 보는 이에게도 감동과 기쁨을 준다. 따라서 함께 즐긴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스포츠를 즐기며 지나친 상업성과 집단적인 광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요즘 미디어를 보면 길을 가는 프랑스인에게 태클이나 거는 유치한 광고가 흘러나오고, 4년 전 붉은악마 마케팅 성공이 부러웠던 한 이통사는 공식 응원가에 붉은 T셔츠의 물량 공세를 해대니 ‘공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이다. 요즘의 미디어는 모두 밥 굶고 월드컵 승리만을 기원할 태세로 보인다.
거기에 조폭과 다를 바 없는 거대 기업들이 월드컵 마케팅으로 엄청난 자본을 쏟아 붓고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으니 ‘에스코바의 자살골’이 떠오르는 것은 억지스러운 추측만은 아닌 것 같다.
이럴 때 내가 스포츠 관람에 거의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감사해진다.


